한국에서 산부인과는 종종 갈 일이 있었다.

2년 마다 하는 자궁경부암 검사, 주변에서 많이 있는 자궁근종 검사 등 

자궁 쪽에 의문이 생길 때면 주저 없이 병원에 방문했다. 


미국에서 임신을 했다. 

임테기에 두줄이 떴고 한국이라면 병원에 달려가 피검수치든, 아기집이든 확인했을텐데.

미국에서는 병원 예약이 먼저였다. 


병원을 예약하려면 어떤 병원이 좋은지 알아봐야했고,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건지 알아야했다. 

미국의 병원비의 규모는 한국과 달라서(한국의 의료보험 박수)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했다. 


다행히도, 나는 남편 회사의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그렇게 좋은 보험은 아닌 거 같다.)

그리고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병원 중 한인 커뮤니티에서 추천하는 병원이 있었으며

몇 안되는 내 지인 중 두 명이나 그 병원에서 출산했다는 것을 알았고 그 병원으로 결정했다. 


임신했다고 산부인과에 바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신 8주부터 보험혜택이 있으므로 그 전에 가서 진료받고 초음파 받는다면 모두 독박인 것이다. 

(큰병원은 대체로 8주부터 예약해주고, 작은 병원은 그래도 빠르면 6주, 7주에도 예약을 잡아주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화했을 때 8주가 꽉차있다면 9주로 예약이 밀릴 수 있으므로

임신을 알게 된 후 최대한 빨리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예약할 곳은 큰 대학병원이었다. 홈페이지에서 산부인과를 찾아 전화예약을 하려했지만 전화를 돌리거나 끊어버릴 뿐 예약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험회사 사이트에서 그 병원 소속을 찾아 전화해 예약을 완료했다. (전화번호 잘못 찾으면 저처럼 고생하실 수 있습니다.)

그게 8주 6일이었다. 


8주 6일이 되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유산소견으로 인해 second opinion이 필요하다며 빠르게 다른 병원의 의사를 예약잡아줬다.

작성해야했던 자료에 보험정보를 적어야하는 데 용어가 어려워 헤매다 직원의 도움으로 필수적인 것만 적어서 제출했다. 

다른 병원의 의사 예약은 전화로 이뤄졌는 데 한국인 통역사가 중간에 있어서 느렸지만 정확하게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자세한 정보는 8주차 첫 정기검진 및 유산이란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확인하세요)


2일 뒤 월요일 아침 7시 초음파 예약이었다. 옆건물의 병원에 가서 배 초음파를 했다. 

큰 병원이라 그런지 실습생이 먼저 배 초음파를 진행했고,(배가 매우 아팠다. 배초음파가 원래 아픈 건가했는데 전문가가 다시 해주니 불편함이 없었다.)

의사가 커멘트 후 다시 원래 병원으로 가서 상담받았다. 

진료실에 어시스턴트와 함께 들어가고 화상통역서비스를 지원받았다. 

그 후 의사가 들어와 상담을 진행한 뒤 추후 예약을 한 뒤 끝이 났다. 


병원에서는 진료비를 바로 받지 않는다. 

나중에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피검사를 할 때 보험이 안된다고 19불이라고 알려줬다. 

이 것 역시 우편으로 보내질 거라고 했다. 


병원 직원들은 대체로 친절했다. 의사 역시 매우 친절했다.

하지만 나중에 날라올 병원비는 보험이 있음에도 두려운게 사실이다. 



#미국병원 #미국산부인과 #미국보험 #병원예약 #미국병원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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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첫 정기검진이 7-10주 사이에 이뤄진다.

계획임신으로 준비했던지라 3주 4일차 때 임신을 알고 바로 병원을 예약했다. 

미리 하지 않으면 꽉찬 예약으로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8주 6일차에 첫 정기검진을 예약했다. 

9시 예약에 서류차 작업할 일이 있으니 15분 정도 일찍오라고 이틀 전에 ARS 연락과 문자를 받았다. 

남편은 그 전날 오후 5시부터 당일 오후 5시까지 차를 빌렸다. 


아침부터 긴장이 됐다. 혹시나 안좋은 소식을 들으면 어쩌나하는...

(평범한 불안감인지 아니면 예상이 됐던건지 모르겠다.)

사과와 바나나를 갈아 남편과 나눠먹고 8시 20분에 출발했다. 


여기서 팁. 

병원 주차장이 길주차보다 비싸다.

길주차를 추천합니다. :)


*길주차는 시간당 $0.5

*병원 주차 Parking Rates:

Up to 30 minutes No Charge
0.5-1 hour $6
1-2 hours $8
2-3 hours $10
3-5 hours $12
5-6 hours $14
6-24 hours $17

길주차의 단점은 주차공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운타운 쪽은 비슷하다. 

8시 40분쯤 도착해서 병원 주변을 돌고 돌아 주차를 하고 병원에 들어갔다. 


첫방문이라 Ob/gyn의 위치를 information center에서 확인 후 7층으로 향했다. 

체온측정 및 간단한 질의응답을 거쳐 작성이 필요한 서류를 받자마자 소변검사가 진행됐다. 

서류를 작성하기도 전에 방으로 안내됐고 assistant가 와서 질문을 했다. 

마지막 생리의 첫날이 언제인지 술, 담배, 당뇨 등등 

그리고 우린 통역사도 불렀다. (우리 힘으로 해내고 싶었지만 통역사를 부르고 나니 훨씬 편했다.)


몸무게를 측정했고 혈압도 측정했다. 옷을 벗고 가운을 거치고 흰 종이로 앞부분을 가렸다. 

후에 의사와 지도 학생이 함께 들어왔다. (함께 들어와도 되냐고 묻는 질문을 받았고 나 역시 실습생인 경험이 있기에 기꺼이 승낙했다.)


내가 제공한 정보는 이렇다.

- 요즘 불편한 점 : 변비, 소화불량, 속쓰림

- 6월 20일부터(즉, 5주 0일차) 갈색이 어제까지 꾸준히 비췄다는 증상

- 자궁경부암 검사에 대해 (pop smear) 작년 11월 한국에서 한 검사결과(인증서가 없어서 다시한번 검사했다.)

- 백신주사에 대한 정보

- 임신 전 한국보건소에서 받았던 피, 소변 검사 결과지(영문)


의사는 가슴검사를 실시한 후 질 검사 및 자궁경부암 검사를 진행했다. 

여기서 갈색이 비치는 원인이 질에 있는 용종때문이란 것을 밝혀졌고 common한 것이며 임신 중에는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초음파검사가 진행됐다. 

남편에게 동영상 촬영을 해달라고 이야기했고, 의사 역시 사진 뽑아 줄거라고 알려줬다. 

화면으로 보니 선명하게 아이의 뒷모습이었다. 아이의 팔과 다리가 보였다. (다른 초음파사진을 보고 나니 좀더 확실히 보이는 느낌이었다.)


"Is he alive"라고 묻는 내 질문에 의사가 머뭇거렸다. 결국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의사는 말했다. 

거의 확실하다고. 들리지 않는다고. 미안하다고. 

그런가 보다 했다. 아 결국 이렇게 된 거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언제 성장이 멈춘거냐고 물으니 크기로 보아 8주 5일차라고 했다. 

내 방문이 8주 6일차인데 말이다. 

머리 속에서 어제 내가 무얼했지. 기분이 안좋았던게 이거때문인가? 외출을 괜히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원인은 유전자 때문인지 호르몬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 모를 일이다.)


내게 소화제며 변비약이며 처방해주겠다던 의사의 말은 사라지고

첫 임신 및 방문을 축하한다며 제공한 임신관련 팜플렛도 이젠 쓸모가 없어졌다. 


의사는 잠시 나가 우리에게 프라이빗한 시간을 잠시 주었다. 

나름 담담했던 나와 날 위로했지만 좀더 충격을 받은 남편은 조용히 대화한 뒤 의사를 다시 만났다. 

의사는 유산 관련 정보와 함께 초음파 사진을 제공해줬고 

유산이라는 진단을 의사 혼자 내릴 수 없다며 다른 병원을 예약해줬다. 그 후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내게 제공한 선택지는 자연배출, 약물배출, 수술이었다. 


금요일 검진이었기 때문에 다른병원 예약은 월요일 오전 7시다. 

빠르게 진행되겠지만 내심 주말이 있어서 안심이다. 

남편의 일이 걱정이지만 - 


의사를 만난 뒤 피검사를 하고 병원을 나왔다. 

총 2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힘이 빠진 우리 둘은 코스트코에 쇼핑을 한 뒤 그동안 참고 참았던 스시를 먹으러 갔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그나마 좀 힘이나는 듯 - 


부모님에겐 임신 조차 알리지 않았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유산 소식은 전해야지- 

부모님께 전할 땐 눈물이 날까 살짝 걱정된다. 


임신이야 또 하면 되지 하는 맘. 

안되면 어쩔 수 없지 하는 맘. 

노력은 했으니까 - 



#임신 #임신8주차 #유산 #계류유산 #미국임신 #미국임신검진

5주 0일이 되던 날, 이케아에 방문했다. Lock down이 풀리고 이케아 재오픈하고 첫 주말이었다. 

10시 오픈을 10분 앞두고 도착한 이케아는 이미 사람들의 줄로 한가득이었다. 우린 10시가 지나고 30분이 더 지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이사를 하고 이케아 인터넷 배송을 한번 경험했다. Lock down으로 이케아는 문을 닫았고 식탁도 침대도 없던 우리는 이케아 인터넷 배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콘도는 5개 이상의 택배를 한 번에 받으면 350불을 내야 하는 정책이 있어 이케아의 대량 배송을 하기 꺼려진다. 게다가 이케아의 온라인 주문이 밀려있어 구매를 하더라도 2달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오픈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만 있겠는가. 코로나가 불안함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도 포함이었다. 규정상은 30분만 구경하고 가라고 되어있었지만, 이케아에서 그게 가능한가요?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름 인터넷에서 구매할 물건들을 골라갔음에도 불구하고 4시간이 넘는 쇼핑이었다. 임신 5주 차였던 나는 물론이고 남편 역시 지칠 대로 지쳤다. 

 

그날부터였다. 피 비침이 있던 것은. 갈색 피가 라이너에 묻어났다. 남편은 내가 무리하게 쇼핑했다며 남편 말 듣자 했지만, 내가 볼 땐 남편도 신나게 쇼핑했던 것 같기만 하기에 똑같지 뭐- 란 생각. 

 

첫 갈색피가 나온 경험에 기분은 한없이 우울해졌다. 우리 사랑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만 같았다. 한국에 있었다면 바로 병원으로 갔을 텐데 미국에 있어 그러지도 못함이 서러웠다. 미국에서는 빨간 피가 대량으로 나와야만 병원에 오라고 한다는 글을 봤다. 그 밖의 경우는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어마어마한 병원비만 깨진다는 이야기. 한국이라면 초음파도 봐주고 유산방지주사나 질정제(프로게스테론)나 놔준다고 하는 데 여긴 하지 않는다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눕눕이었고 그 날 이후 나의 눕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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