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생각했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으면 약국에 가서 처방전을 내고 약을 받고 계산하면 된다고 그렇게 쉽게 생각했다. 


미국은 달랐다.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의사를 만나기전 어시스턴트가 사용하는 약국에 대해 묻는다. 

사실, 없다. 들어온지 5개월 됐고 남편도 나도 딱히 아프지 않아서 내가 애용하는 드럭스토어도 약국도 없었다. 

그냥 집근처 약국을 구글링해서 보여줬다. 


의사는 내게 유산약(misoprostol)과 진통제를 처방하겠다고 얘기했다. 

"내가 처방할테니 약국에 가면돼. 다음 진료 때 보자"하고 통로에서 얘기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영어가 약한 나는 내가 들은게 옳은 것이지 의문이 들어 다시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럼 난 약국으로 가면 되는거야? 처방전이 있다고 했거든"

난 처방전이라도 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직원이 다시 의사를 불러줬다. 

"그냥 약국으로 가면 되는 거냐고 이해를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얘기했다. 

의사는 "니가 등록한 약국으로 가면 된다"고 다시 얘기해줬고 그제야 안심하고 병원을 떠났다. 


병원에서 집까지 날이 좋아 남편과 함께 걸었다. 20분 정도 걸렸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약을 찾기 위해 드럭스토어 월그린에 들렸다. 


사실 의문이었다. 왜 한국처럼 문전약국이 없을까. 

그럼 병원에서 나와 약국들렸다 집에 오면 편할텐데. 


아플때마다 가는 병원이 달라서 단골약국 만들어 놓고, 병원은 멀리 다양한 곳으로 가고 약국은 가까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걸까란 의문이 생겼다. 


그게 아닌 것 같다. 한국 처럼 조제가 빨리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나만의 결론을 짓게 됐다.

일단, 약국 창구로 갔다. 직원이 다가왔고 나는 병원에서 처방 받은게 있다고 얘기했다. 

약국 직원은 내게 15분을 기다리라고 했다. 다 되면 전화주겠다고. 


한국 약국과 다르게 앉아있을 곳도 없다. 드럭스토어를 15분이나 둘러보고 있어야했다. 

약사며 직원이고 압박하고 싶지 않았지만, 요즘 몸상태가 영 좋지 않은 나라서 15분이 넘어갔을 때는 창구 앞에 서서 기다렸다. 


약값 역시 보험처리라서 우리가 바로 낼 돈은 없었다. 

하지만 유산에 필요한 약과 진통제 2개를 받아야했는데 진통제만 건내받았다. 

복약정보는 프린트로 받았다. 


나는 약국직원에게 misoprostol이 있을거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약국은 처방전 받은게 없다고 얘기했다. 

집에 도착한 후 병원에 전화했다. 병원은 처방전 2개가 나갔다고 얘기했다. -_-;;;

시작된 것이다. Ping pong 상황 - 

약국에 다시 전화했더니 역시나 처방전 받은게 없다고 다시얘기하라고 했다. 

그래서도 또다시 병원에 전화했더니 그때가 되서야 자신들이 약국에 전화하겠다고 해줬다....

(고마웠다... 제발 그렇게 얼른해달라고)

그리고 나서 병원에서 다시 연락이 왔고 처방전이 다시 내려졌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결국 병원잘못이었지만...난 그냥 고맙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끝내줘서 고마웠던 걸까)



이렇게 다 해결된 줄 알았다. 

하지만 약국에서 전화가 왔다. 약이 없다고. 주문하면 내일 받을 수 있고 아니면 다른 약국으로 넘기겠다고 했다. 

다른 약국은 다운타운에 있다고 한다. 가까웠지만 거기도 없을 수 있고 또 일이 복잡해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그냥 주문해달라고 했다. 

주문하면 다음날 늦어도 11시에는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사실, 계획은 오늘 약을 복용해서 내일과 모레정도면 해결되게끔하는 게 내 plan이었는 데 이런 이벤트들이 일어날 지는 전혀 몰랐다. 

돈을 내고, 진료 받고 약을 받는 건데 중간에 낀 느낌과 손님인데 을인 듯한 느낌은..... 뭘까. 


무튼, 처방전은 내가 들고가는게 아니라 병원에서 전산으로 약국에 보내준다. 

그리고 약국에서 처방전을 받자마자 조제하는 느낌이 아니다. 즉 조제시간이 꽤 걸린다. 한국에 비하면 정말 긴 것 같다. 

그래서 집 근처 약국으로 해놓고 시간날 때 받아가야하는 느낌이다. 


성격급한 나와 남편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약을 받고 싶었지만, 미국 시스템인지 사람실수 인지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약물배출 치료는 하루 정도 늦어지게 될 예정이다. 

지금은 모든걸 떠나서 내일 약을 잘받고 약빨도 잘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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