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첫 정기검진이 7-10주 사이에 이뤄진다.
계획임신으로 준비했던지라 3주 4일차 때 임신을 알고 바로 병원을 예약했다.
미리 하지 않으면 꽉찬 예약으로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8주 6일차에 첫 정기검진을 예약했다.
9시 예약에 서류차 작업할 일이 있으니 15분 정도 일찍오라고 이틀 전에 ARS 연락과 문자를 받았다.
남편은 그 전날 오후 5시부터 당일 오후 5시까지 차를 빌렸다.
아침부터 긴장이 됐다. 혹시나 안좋은 소식을 들으면 어쩌나하는...
(평범한 불안감인지 아니면 예상이 됐던건지 모르겠다.)
사과와 바나나를 갈아 남편과 나눠먹고 8시 20분에 출발했다.
여기서 팁.
병원 주차장이 길주차보다 비싸다.
길주차를 추천합니다. :)
*길주차는 시간당 $0.5
*병원 주차 Parking Rates:
Up to 30 minutes No Charge
0.5-1 hour $6
1-2 hours $8
2-3 hours $10
3-5 hours $12
5-6 hours $14
6-24 hours $17
길주차의 단점은 주차공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운타운 쪽은 비슷하다.
8시 40분쯤 도착해서 병원 주변을 돌고 돌아 주차를 하고 병원에 들어갔다.
첫방문이라 Ob/gyn의 위치를 information center에서 확인 후 7층으로 향했다.
체온측정 및 간단한 질의응답을 거쳐 작성이 필요한 서류를 받자마자 소변검사가 진행됐다.
서류를 작성하기도 전에 방으로 안내됐고 assistant가 와서 질문을 했다.
마지막 생리의 첫날이 언제인지 술, 담배, 당뇨 등등
그리고 우린 통역사도 불렀다. (우리 힘으로 해내고 싶었지만 통역사를 부르고 나니 훨씬 편했다.)
몸무게를 측정했고 혈압도 측정했다. 옷을 벗고 가운을 거치고 흰 종이로 앞부분을 가렸다.
후에 의사와 지도 학생이 함께 들어왔다. (함께 들어와도 되냐고 묻는 질문을 받았고 나 역시 실습생인 경험이 있기에 기꺼이 승낙했다.)
내가 제공한 정보는 이렇다.
- 요즘 불편한 점 : 변비, 소화불량, 속쓰림
- 6월 20일부터(즉, 5주 0일차) 갈색이 어제까지 꾸준히 비췄다는 증상
- 자궁경부암 검사에 대해 (pop smear) 작년 11월 한국에서 한 검사결과(인증서가 없어서 다시한번 검사했다.)
- 백신주사에 대한 정보
- 임신 전 한국보건소에서 받았던 피, 소변 검사 결과지(영문)
의사는 가슴검사를 실시한 후 질 검사 및 자궁경부암 검사를 진행했다.
여기서 갈색이 비치는 원인이 질에 있는 용종때문이란 것을 밝혀졌고 common한 것이며 임신 중에는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초음파검사가 진행됐다.
남편에게 동영상 촬영을 해달라고 이야기했고, 의사 역시 사진 뽑아 줄거라고 알려줬다.
화면으로 보니 선명하게 아이의 뒷모습이었다. 아이의 팔과 다리가 보였다. (다른 초음파사진을 보고 나니 좀더 확실히 보이는 느낌이었다.)
"Is he alive"라고 묻는 내 질문에 의사가 머뭇거렸다. 결국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의사는 말했다.
거의 확실하다고. 들리지 않는다고. 미안하다고.
그런가 보다 했다. 아 결국 이렇게 된 거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언제 성장이 멈춘거냐고 물으니 크기로 보아 8주 5일차라고 했다.
내 방문이 8주 6일차인데 말이다.
머리 속에서 어제 내가 무얼했지. 기분이 안좋았던게 이거때문인가? 외출을 괜히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원인은 유전자 때문인지 호르몬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 모를 일이다.)
내게 소화제며 변비약이며 처방해주겠다던 의사의 말은 사라지고
첫 임신 및 방문을 축하한다며 제공한 임신관련 팜플렛도 이젠 쓸모가 없어졌다.
의사는 잠시 나가 우리에게 프라이빗한 시간을 잠시 주었다.
나름 담담했던 나와 날 위로했지만 좀더 충격을 받은 남편은 조용히 대화한 뒤 의사를 다시 만났다.
의사는 유산 관련 정보와 함께 초음파 사진을 제공해줬고
유산이라는 진단을 의사 혼자 내릴 수 없다며 다른 병원을 예약해줬다. 그 후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내게 제공한 선택지는 자연배출, 약물배출, 수술이었다.
금요일 검진이었기 때문에 다른병원 예약은 월요일 오전 7시다.
빠르게 진행되겠지만 내심 주말이 있어서 안심이다.
남편의 일이 걱정이지만 -
의사를 만난 뒤 피검사를 하고 병원을 나왔다.
총 2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힘이 빠진 우리 둘은 코스트코에 쇼핑을 한 뒤 그동안 참고 참았던 스시를 먹으러 갔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그나마 좀 힘이나는 듯 -
부모님에겐 임신 조차 알리지 않았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유산 소식은 전해야지-
부모님께 전할 땐 눈물이 날까 살짝 걱정된다.
임신이야 또 하면 되지 하는 맘.
안되면 어쩔 수 없지 하는 맘.
노력은 했으니까 -
#임신 #임신8주차 #유산 #계류유산 #미국임신 #미국임신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