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을 최종적으로 진단받은게 지난 주 월요일


약물배출을 시도한게 화요일과 목요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약물에 반응도 잘되던데 평소 어떤 약이든 잘 안먹던 나임에도 약물에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았다. 


첫번째 시도에서는 복통 조금 출혈이 증가했을 뿐. 


두번째 시도는 반응이 전혀 없었다. 


사실 두번째 시도에서 불안한 점이 있었다. 


약을 삽입하고 3시간 정도 있다 대변을 봤는 데 변기 위에 (다행히도) 약 한알이 떨어졌다. 


그래서 약을 세척하고 다시 넣긴 했는 데 다른 약들이 배출됐을지 안됐을지 전혀 알 수 없는 바. 


게다가 3시간이나 지났는데 약의 형태가 처음이랑 달라진바가 없어서 흡수가 전혀된거 같지 않은 느낌에 불안했다. 


역시나 다음날 까지 변화가 없었다. 


다음엔 약을 삽입한다면 소변도 대변도 최대한 다 보고 그리고 자기 전에 넣어서 최대한 움직임을 없애자라는 맘을 먹었다. 


금요일에 반응이 없다고 연락하자 일요일에 처방을 내려주겠다고했다. 간호사가 의사에게 메시지 넣어주겠다고. 


헌데 일요일이고 월요일이고 처방이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다. 


간호사가 말을 전달한건지 의사가 처방을 거절한건지 명확치 않았다. 


게다가 전화를 하면 왜 그렇게 연결이 오래걸리는지(당연 바빠서란 걸 알고 있지만....한국인으로서 연결음기다리기가 넘 힘들다)



월요일이 됐을 때 내 몸은 온통 예민했다. 


허리통증이 더 심해졌고 두통도 심했다. 복통도 덩달아 오는 듯했다. 


처방전을 내리지 않는 병원땜에 화가 났음에도 통화하고 싶지 않은 맘도 있었다. 


왜 약을 구걸해야하는 건지 - (맞다. 의사는 안전을 위하고 있는거겠지만...)



남편이 병원에 전화를 대신 해줬다. 여전히 내 몸의 반응이 어떤지 알고 싶어했고 남편은 왜 처방전이 나오지 않았냐며 이유를 물어줬다.


(남편 정말 넘나 고마운 존재)


처방 바로 내려졌다며 월요일 저녁에 삽입하고 수요일 오후에 다시 통화하자고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로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건 정말 편리하다. 연결이 잘 안되서 불편하긴 하지만)



난 같은 아파트 사는 친구와 3시에 gym으로 운동을 가기로 했다. 


남편과 각자 집에서 점심을 먹고 샤워를 했다. 근데 몸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두통 뿐만 아니라 복통과 허리통증이 생리통보다 심하게 느껴졌다. 


1시 30분까지 기다려도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친구에게 미안하다며 약속을 취소했다. 



난 통증으로 인해 소파에 내내 누워있었고 3시에 아기집이 배출됐다.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이제 내 몸의 통증들이 이해가 되고 받아드려지기 시작했다. 


배출은 아프지 않았다. 미끄덩한 느낌이 쑥하고 나왔다. 하지만 처음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아기집을 확인했다. 비닐장갑을 꺼내 손에 낀 채 변기에서 꺼내보았다.


손바닥 만한 물주머니같은 그러나 터질것 같은(터지지는 않았다) 둥그런 sack에 오른쪽에 탯줄인지 


갈색 막대기 모양이 달려있었다. 



기뻤다. 약물배출에 그렇게 반응이 없더니 약을 삽입한지 4일만에 배출이 됐다. 


약물 배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약효가 길어야 하루이고 이틀이다. 4일 후에 나타난 건 자연배출이다. 


뭐, 약물배출이 자극하는데 역할은 했을 수 있지만 말이다. 



무튼. 아기집이 배출되고 넘 신기하고 기뻤다.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맘에 한시름 놓였다. 


하지만 이건 시작이었다. 


남편도 우리가족들도 다 다행이라고 했는데 나는 통증 때문에 같이 기뻐할 수가 없었다. 


너무 아팠다.  생리통의 20배 정도라고 생각한다. 


출혈도 심해졌지만 이불을 적시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버나이트 생리대를 자주 바꿔줘야할 정도. 



난 아픈 걸 그냥 참는 성격이다. 생리통 때문이라고 약을 먹지 않는다. 


감기든 뭐든 될 수 있으면 몸이 자연치유하게 두길 바라는 나다.


이번에도 그랬다. 


남편은 진통제 없이 아기집을 배출한 나를 보며 "다행이다. 별로 안아팠네" 라고 했다. 


난 계속해서 엄청 아팠음을 오빠가 방에서 일만 하고 있어서(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중) 모르는 거라고 얘기했다. 


남편이 그제야 약을 권했다. 난 비명이 나올 정도로 아프면 먹겠다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이 나왔고 약을 먹었다. 



진통제는 히드로코돈정으로 마약성 진통제 + acetaminophen이 있는 약이다. 


마약성 진통제를 왜 주나 했는데 애드빌이 듣질 않는다. (애드빌 : ibuprofen)


근데 마약성 진통제도 괜찮나 했는 데 첫복용때만 살짝 괜찮았지 그 다음부터는 효과가 영 없었다. 


진통제를 먹고 좀 나아졌다 싶었다. 2시간 정도 지나서 오빠와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았는 데 귀에서 삐-하는 소리가 들렸고 모래가 쏟아지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더니 화장실에 가서 토를 하고 말았다. 


이건 분명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이라 - 



구토를 하고 났더니 없던 배 통증이 생겼다. 


지금까지는 자궁이 위치한 아랫배만 아팠다면


구토 후 추가된 복통은 배꼽 오른쪽 아래 왼쪽이 다 아팠다. 


눌러도 아팠고 배에 힘을 줘도 아팠고 웃을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통증이었다. 


인터넷을 아무리 서치해봐도 다들 복통이라고만 표현했다. 


그 복통은 자궁쪽 일텐데.....



우리 흰색 침구와 카펫바닥에 피를 묻히기 싫고 화장실 가기 편해서 거실 소파에서 잤다. 


다음 날도 통증은 여전했다. 소파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려고 해도 배에 힘을 줄 수가 없어서 


소파를 잡고 팔에 힘줘서 몸을 일으키고 다리를 손으로 소파 아래에 내려놓아야했다. 


배에 힘이 들어가면 아팠기 때문이다. 


허리를 피고 걸을 수도 없었다. 


변기 안은 피범벅이 되기 일 수 였지만 안그럴 때도 있었다. 



난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이 통증이 끝나긴 하는걸까 생각했다. 


그리고 자궁통증은 끝나더라도 배꼽주변의 통증은 안끝날까봐 걱정이 됐다.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태반이 나와야 통증이 깨끗이 사라진다고 했다. 


아기집을 배출하고도 미끄덩한 느낌은 종종 받았다. 


하지마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태반이 나온게 아닌가 보다 했다. 


태반이 나오지 않으면 수수을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불안했다. 



하루를 더 버텼고 다음 날 아침 통증이 많이 사라졌다. 


걸을 수 있었다. 몸이 한결 가벼워져서 넘 신이났다. 


그래서 소파 앞에 쭈그려 앉기를 했다. 


배출에 좋다는 글을 봐서 그런가. 


쭈그려앉아 티비를 봤다. 


그때 뭔가 미끄덩한게 패드로 떨어졌다. 


화장실에 가서 보니 손가락보다는 약간 짧지만 두께는 비슷한게 나와있었다.


이게 남들이 말하는 태반같았다! 


통증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확신했다. 


배꼽근처 통증도 약간 기운은 남아있지만 배에 힘을 줄 수 있고 허리피고 걸을 수 있고 소파에서 팔의 도움 없이(?) 일어닐 수 있으니


매우 괜찮아졌다. 




자연배출이자 약물배출은 정말 통증을 몸으로 그대로 겪는 일인 것 같다. 


진통제를 6알 받았는데 4알만 먹고 버텨서 그런건지 몰라도 통증이 매우 컸다. 


죽다 살아난 느낌이다. 


언제끝날지 모르는 통증이었기 때문에 아플 때는 수술이 나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었다. 


근데 역시나 한고비를 넘기고 나니 이렇게 견뎌내서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회복이 수술보다 더 빠르다고 하니 선택을 잘 한 것 같다. 


그러나, 나처럼 이렇게 갑자기 아파도 괜찮은 사람이 아니면(즉 휴가를 맘껏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시간을 정해놓은 소파수술을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 않을까. 



다음은 내 타임라인이다. 


07/20(월) : 병원 방문, 처방약 받음

07/21(화) 16:00 : misoprostol 삽입

         17:00 : 한시간 누워있었음 통증 약간

         18:30 : 한시간 gym에서 걷기 운동

         21:10 : 허리통증이 심해짐

         21:45 : 아래가 빠지는 듯한 통증

07/22(수)  05:00 : 변기가 새빨개질정도의 출혈. 

그 이후는 생리 2일차 정도의 피들


07/23(목) : 17:00 : 약 삽입. 한시간 누워있음

           19:00 : 집에서 홈트 

           20:30 : 대변 후 약한알이 변기 위에 떨어짐. 세척 후 넣음. 

                     * 다음에 약을 넣는다면 자기 전에 넣어서 최대한 움직임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함

반응이 별로 없었음. 


07/27(월) 아침부터 두통, 복통, 허리통증

             15:00 아기집 배출, misoprostol 처방이 있었지만 아기집 배출 후 약국에 전화해 취소함

             15:20 울컥 울컥하고 뭔가나오고 하혈 여전히 허리통증

             16:20 복통이 간헐적으로 있음 허리통증. 

             16:40 진통제 히드로코돈 먹음. 좀 나아짐

             18:20 귀에서 삐-소리, 모래쏟아지는소리 들리다 구토

             20:40 배꼽주변 묵직한 통증. 하혈 줄어듦

             22:03 진통제 한알 더 복용 후 수면. 배에 힘을 줄 수가 없어 누워서 몸을 뒤척이기도 힘듦

07/28(화) 07:00 진통제 복용

             14:00 진통제 복용 

             소파에 내내 누워있었음. 화장실 갈때만 일어남. 아침, 점심도 굶음. 

             저녁엔 남편이 만든 죽 조금 먹고 내려놓음. 

07/29(수) 08:00 아침에 쭈그려 앉아있다가 태반 배출. 통증 사라짐. 




유산이 힘들다고 사람들이 위로해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2일간 길지 않은 유산을 겪으며 아 정말 힘든 일이구나를 알았다. 


더 길었으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끝이 있을까 싶었던 통증이 사라졌을 때의 기쁨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유산이다. 누가 위로한들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그냥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해줘야하는 것 같다. 


인생에 안겪어도 될 고통을 겪음으로써 서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다음을 위한 한번 더 강해지는 경험이라고 인생에 쓴맛 한번더 본 것 뿐이라고 


내가 얘기해 주고 싶다.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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